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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VR 회사 경험담

작성자
ㅇㅠㅇ
작성일
2020-08-20
조회수
4167
좋아요 수
0
아래 글에서 나쁜 사례를 소개하며 "아닌 회사들도 있겠지만 이걸 알 방법이 없"다고 말씀해주셔서, 제가 경험했던 곳이 그래도 소규모 중에서는 꽤 괜찮았던 편이라 공유해봅니다.


일단 회사 규모는 제가 다녔을 때 기준으로 가장 적었을 때가 저 포함 3인, 많았을 때가 6인입니다.

제가 입사한 시점에는 평범한 지원금 헌팅+외주 수주해서 연명하는 회사였는데, 최초 회사가 만들어졌을 땐 대기업과 협력 건수가 생겨서 사업을 열었다고 하더라구요. 굳이 치자면 외국계 대기업의 자회사인데, 모회사에서는 있는줄도 모르는 버림받은 자식입니다.

사업 시작할 때 2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다곤 하고, 분명히 그랬었던 사진이 남아있는데 다 나가고 두명만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잘 나갈 땐 달랑 세 명이서 라인에 인수되네 마네 카카오에 인수되네 마네 했었는데 지금은 아마 그른 것 같구요.


각설하고, 전 제가 누구인지 유추 가능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 않기에 직종을 A, B로 표기하겠습니다. 저 포함 3인이었을 때 기준으로 세 명 모두 직종이 같았고, 모두가 같은 직종인 상황에서 모두 기획자면 애초에 결과물 제작이 안 되기에 아트 혹은 프로그래밍이겠지요. 이 세 명의 직종을 A, 그 외의 직종을 B로, 기획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우선 아래의 글과 달랐던 부분이 두드러지게 몇 가지 있어요.

현재 전 해당 업체를 나온 후, 중소 모바일게임업체를 거쳐 중견급 업체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당 업체에 취직한 시점에 있었던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이제 정부 지원금이 됐건 발주업체의 돈이 됐건 어떻게든 수입을 올리려고 외부 업무만 줄창 뛰는 걸 몇 년째 하다보니 A 업무에 대한 감이 다 떨어져서 그냥 영업직이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대표구요.

나머지 실 작업자에 해당하는 한 명은, 회사 창업 당시 대표가 본인 자금 털고 회사 스톡 절반 ... 의미도 없는 스톡이지만 절반 내걸고 데려왔다는데, 실제로 능력도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거쳐왔던 중소기업에서는 최소한 A 직종에서 그 분 따라잡는 사람 못 봤고, 현재 재직중인 중견 업체에서는 서로의 장단점으로 비교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신입이었던 시절이라 뭔가 잘못해서 혼이 나야 되는 상황에서도, 상식적으로 제가 잘못한 부분 이상의 것에 대해 혼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 부분은 이러이러해서 안좋으니 이렇게 고쳐라. 대부분의 상황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혼난다기보단 조언을 받았죠.


당연히 A 직종의 업무 관련해서는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업무 프로세스나 체계...라고까지 거창하게 얘기할 건 없지만 두 명이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규칙성 있는 업무가 가능했습니다. 외부업체나 정부지원쪽에서도 굉장히 신뢰를 많이 받았어요.

아, 약간 새면, 아래 글에서처럼 능력 없는 사람들이 창업해서 순수하게 지원금 헌팅을 목적으로 하면서 전문지식이라곤 없는 회사가 만들어내는 작품과 실제로 게임 비스무리한 걸 그래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정부지원 주는 쪽에서도 구분을 합니다.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본인들도 저 회사들이 구데기같이 만드는거 아는데 뿌리라고 위에서 내려오는 할당량이 있으니까 뿌리는 거고, 업체 이탈 방지를 위해 뿌리는겁니다 ㅎㅎ....


뭐 일단 돌아와서, 많이 배우고 많이 케어받긴 했고, 또 현재 제가 속한 연차의 평균 연봉 대비 살짝 높게 금액을 받고 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을 하긴 했어요. 취직 이후로는 딱히 개인시간에 공부를 한 적은 없고, 가끔 토이프로젝트 정도? 회사에서 할 거 없으면 자기계발을 하든 게임을 하든 터치하지 않아서 공부를 하면 업무시간에 주로 했네요. 전 첫 회사가 당시의 업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우는 못 받고 있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그렇듯 저 역시 A 직종의 세부 직종에서 가장 많은 지망생을 갖고 있는 직업을 대상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고,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필요에 의해 A 직종의 여러 업무를 하게 됐고, 하다보니 A 직종에서 사람들이 잘 배우려 하지 않는, 그러나 대우는 좋은 업무도 손을 댔고, 하다보니 또 어느정도 손에 맞았고, 재미들려 계속 팠고, 현재 그 직종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마 소규모 VR로 스타트를 끊어서 나올 수 있는 거의 최선의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 여기까진 희망편이구요. 지금부턴 절망편입니다. 아래 경험담 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어요.


- 먼저, 박봉입니다. 입사 당시 최저시급. 입사 이후 1년 동안 연봉을 거의 천만원 가까이 올려주셔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초반엔 적자만 겨우 면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 스케줄이 미쳐돌아갑니다. 기본이 1인 당 2개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일부분이 아니고 프로젝트 통째로 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게임 수준에 비하면 많이 작은 것들이지만, 대략 3달에 프로젝트 하나를 찍어내야합니다. 그걸 한 사이클에 두 개 정도 돌립니다. 야근강요나 주말출근은 없었는데, 해당 업체 퇴사 후 다음 업체에서 1인당 업무량 보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 필요에 따라 A가 아닌 B의 업무를 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B 업무는 외주를 맡기거나 하는 식으로 땜빵을 놓아 처리하는데, 정말 답이 없으면 내부에서 합니다. 그마저도 웬만하면 사수 분이 담당해주시는데, 도저히 사수 분의 일정이 안 나오면 제게 들어옵니다.

- 양질의 프로젝트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 프로젝트 내에서 아트 쪽이면 내가 뭐 막 열심히 해서 고퀄의 프랍을 찍어내든, 프로그래밍 쪽이면 정말 좋은 구조를 잡거나 기깔나는 기능을 구현해서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든, B 업무를 외주로 대체하고 있고 애초에 프로젝트의 중요한 한 축인 B를 프로젝트 외부에 100% 위임한 시점에서 이미 망했어요. 프로젝트가 막 엄청 잘 만들어져서 내가 만든 게 유의미해지고 이런 걸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 기획서... 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이면 대표가 만들어주고, 외주면 발주처에서 만들어줍니다. 근데 없느니만 못한 기획서가 있습니다. 기획서를 받으면 이게 뭔 소리냐고 한 문장 한 문장 물어보다가 결국 기획서의 전체 내용을 구두로 묻게 되는 기획서가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기획서 속에서 기획서가 기획서를 반박하여 서로 상생할 수 없는 기획서가 있습니다.

- 외부 미팅에 끌려다닙니다. 바깥구경 하는데 이게 왜 절망편이냐구요? 가끔 면접 질문에서 이 직종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뭐냐고 물으면 전 단언컨데 A 업무 관련 지식 1도 없는 사람에게 A를 설명해야하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이건 헬이에요.

- 인센 복지 상여금 성과금 이런거 없습니다. 기대도 못합니다. 그나마 중식+다과제공 정도 있었습니다.

- 이건 일부에겐 희망편이고 일부에겐 절망편일텐데, 사내 흡연률 100% → 사무실에서 실내흡연 했습니다.



굳이 VR이라는 타이틀을 씌우지 않더라도, 그래도 소규모 업체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 중에선 꽤 괜찮은 편이라고 봅니다. 저도 외부 업체와, 특히 소규모 업체와 협업할 일이 굉장히 잦았기에 사실상 아래 글의 경험담에 나온 내용이 소규모 VR이라는 타이틀 내에서 굉장히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건 아마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협력했던 업체 중 딱 한 곳을 제외하곤 다 저랬거든요 ㅎㅎ;;;;

그냥 이런 회사도 있다~ 정도의 느낌으로 작성해봤는데,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사실상 제 경험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해준 그 사수분은 이미 퇴사한 상태인지라 사실상 현 시점에서는 현재 그곳이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인 것 같아요. VR이라고 무조건 나쁘진 않다는 것, 소규모라도 사수만 잘 만나면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 다만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한다는 것,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못 번다는 것. 최소한 그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전 기본적으로 주변 지망생들에게 소규모 업체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아요. 어디든 규모 상관없이 불러주는 곳으로 가되, 너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해요. 아무리 신입이라 한들, 아예 비전공자여서 게임 제작이라곤 1도 모르는 지원금 헌터와 실무자는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가급적이면 규모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게 대부분 좋고, 모든 곳에서 받아주지 않아 무의미한 지망생 기간이 늘어질 상황일 때에만 위의 방식을 고려하라는 거지, 처음부터 작은 데만 바라보라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번외로 저는 지원금 헌팅 업체인 해당 업체에서 썩 나쁘진 않은 경험을 했고, 꽤나 많은 발전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지원금은;;;; 좀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는 좋은데 오히려 VR 산업 발전시키려다 VR 산업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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