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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탐방] '메트로 블로썸' 스토리텔링으로 매료시키다

작성자
관련사이트 더게임스
작성일
2021-08-26

제정신 스튜디오의 정재현 대표.

‘메트로 블로썸’은 지난 2월 인디 게임업체 제정신 스튜디오가 출시한 텍스트 기반 스토리텔링 RPG다. 갑작스럽게 서울을 덮친 꽃가루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꽃을 닮은 좀비 ‘시체꽃’으로 변해버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생존자들이 지하로 숨어들었다는 보기 드문 배경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작품은 서울 도심 곳곳에 뻗어 있는 지하철과 역을 무대로 하며 주사위를 굴려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하는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TRPG)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특이한 형태의 작품 속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과 TRPG 요소는 첫 선을 보이자마자 많은 수의 유저들을 매료시켰다. 지난해 5월에 진행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당초 200만원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펀딩 기간이 끝날 때까지 목표 금액의 약 7배를 초과한 1500만원이 모이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후원자 수 역시 779명에 달하며 유저들의 큰 기대를 짐작하게 했다. 이 같은 유저들의 지지에 힘입어 ‘메트로 블로썸’은 출시까지 수월하게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출시 후에도 각종 게임 쇼케이스에 출품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개발업체인 제정신 스튜디오는 사명부터 범상치 않다. 정재현 제정신 스튜디오 대표는 사명에 대해서 “우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이 ‘이 게임 미쳤다’라며 극찬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사명 역시 어떤 이름이 가장 미친 것처럼 보일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제정신이라고 주장할 때 역설적으로 가장 미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착안해 사명을 ‘제정신 스튜디오’로 지었다.

정 대표는 평소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멀티엔딩 게임에 큰 관심이 있었고,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3년간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뒤 대학원 동기와 힘을 합쳤다. 당초 2인 개발로 시작했지만 게임 제작에 관심이 있던 지인들이 합류해 6인 개발팀을 꾸렸고 2019년 제정신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된다.

제정신 스튜디오의 정체성은 확고하다. 목표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팀이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작품을 제작할 때도 접근 방법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한다. 어떤 게임을 만들지를 먼저 생각하고 스토리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먼저 생각하고 스토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의 장르 및 게임성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에 한없이 진심인, 정말로 ‘미친’ 게임을 만드는 그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력적인 세계관에서 펼쳐지는텍스트 RPG

‘메트로 블로썸’은 서울 지하철을 배경으로 유저들이 주인공 ‘진’이 돼 사라져버린 애완견 ‘메리’를 찾아 나서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작품 전개는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진행되며 1호선, 2호선, 5호선, 신분당선 등 다양한 실제 노선과 지하철 역을 토대로 이뤄진다. 환승역의 경우 이 곳에서 노선을 변경하면 작품 스토리가 바뀌는 등 일종의 스토리 분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1호선을 중심으로 작품을 진행하던 도중 2호선으로 환승이 가능한 시청역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작품의 스토리가 달라진다.

정 대표는 "작품 구상 당시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좋은 스토리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 “출발지에서 종착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환승역을 보고 멀티엔딩 게임의 스토리 구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매력적인 세계관이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장르에 ‘시체꽃’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좀비, 지하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들로 유저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시체꽃은 사람의 두피가 갈라지며 꽃 형태로 변한 식물형 좀비로, 머리에 자리한 노랑원추리, 라플레시아, 나팔꽃 등 꽃의 종류별로 여러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라플레시아는 흡혈 파리를 몰고 다니며 유저들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나팔꽃은 아침일 경우 디버프에 면역되는 등이다. 현재 작품 속에는 15종의 다양한 시체꽃들이 유저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요소 역시 지하철이라는 특이한 배경의 연장선이다. 정 대표는 작품 배경을 구상하며 지상에 사람들을 지하로 내몰았던 어떠한 위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형 좀비 ‘시체꽃’을 탄생시켰다. 그는 “시체꽃의 콘셉트와 디테일에 집중했다. 식물군의 연구 결과를 "사하거나 다양한 식물 자료를 통해 설정에 어긋남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멀티엔딩 게임이면 피할 수 없는 반복되는 스토리 문제 역시 작품의 스토리 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메트로 블로썸’은 엔딩까지의 플레이 타임을 줄이는 대신 한 루트를 플레이해서 엔딩을 보게 된다면 다른 루트가 해금되고, 이에 대한 단서를 획득할 수 있는 스토리 구"를 구성했다. 작품은 현재 11개의 멀티엔딩을 선보이며 점차 깊어지는 흥미진진한 게임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모든 엔딩을 플레이하는데 최대 30시간 정도 걸리며, 주요 엔딩만 선택한다면 최소 5시간으로도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로그라이크 요소와 TRPG를 결합해 매번 질리지 않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작품 내 유저들의 행동은 정이십면체의 3D 주사위를 굴려 진행된다. 주사위가 가리키는 숫자와 캐릭터의 스탯에 따라 선택지가 결정되고 그에 맞는 행동에 따라 결과를 얻는다. 이로 인해 처음 의도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이어져 유저들에게 항상 다른 재미를 준다.

정 대표는 “주사위를 통해 진행하는 TRPG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저들이 실제로 주사위를 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진동과 사운드를 더했으며, 주사위만 3D 그래픽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투를 덱 빌딩 방식으로 구성해 TRPG에서의 전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제작했다.

# 후원자들의 관심 속에서 태어난 작품

지금은 작품 출시를 마치고 게임성을 인정받은 제정신 스튜디오지만 개발 당시는 꽤나 험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두 이번 작품이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었기에 확신이 없었다는 것. 정 대표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큰 불안감에 휩싸였었다며 작품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투자를 받으며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 자금 또한 부"했다.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모인 팀이었기 때문에 일부는 투잡을 뛰며 생계를 해결했다.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 개인 작업물을 제작해 주말에는 미팅을 가지는 등 어려운 개발 환경이 지속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자 미팅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다.

제정신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5월 실시한 크라우드 펀딩 이후였다. 펀딩을 통해 1500만원의 개발 비용이 모였으며 많은 후원자들의 응원 댓글을 받았다. 후원자들은 작품의 데모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거나 작품 홍보에 나서는 등 자신감을 잃었던 ‘제정신 스튜디오’에 큰 힘이 됐다.

정 대표는 “후원자 분들 덕분에 작품 출시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작품을 기다려 주는 팬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출시까지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정신 스튜디오는 출시 이후에도 ‘인디크래프트’ ‘플레이 엑스포’ 등 다양한 게임 쇼케이스 출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작품 콘텐츠 보강과 업데이트를 꾸준히 시도했다. 몇 차례의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엔딩과 전투 시스템 개선, 서브 스토리 추가 등이 이뤄졌으며 이는 팬들의 큰 호평을 이끌어 냈다.

# 게임을 넘어 웹툰과 영상물로

‘메트로 블로썸’은 올해 가을까지 신규 엔딩 및 콘텐츠 등 작품의 업데이트를 지속할 예정이다. 당초 예상한 엔딩의 숫자는 총 15개였지만 현재 11개까지 출시돼 있다. 남은 엔딩을 마저 추가하기 위해 제정신 스튜디오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주사위라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요소 때문에 생기는 불합리한 반복을 막기 위해, 주사위 굴리기 실패 시에는 단서를 획득해 히든 선택지를 오픈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 작품에 추가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 내 편의성과 밸런스 "정, 루트 해금 난이도 완화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작품의 무료 버전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반지하게임즈의 ‘서울2033’ 등 앞서 성공적으로 작품 인지도를 넓힌 유명 작품을 참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제정신 스튜디오가 ‘메트로 블로썸’으로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단순히 매출을 넘어서 판권(IP)을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중점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작품을 IP화 하고 웹툰과 영상물 등으로 확장한다는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다. 정 대표는 “스토리 텔러 입장에서 자신의 IP가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라며 눈을 빛냈다.

끝으로 정 대표는 작품의 팬들에게 “먼저 엔딩을 처음부터 다 출시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앞으로의 스토리와 업데이트를 더욱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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