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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기획자를 꿈꾸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작성자
씨놔뤼우
작성일
2021-02-22
조회수
2266
좋아요 수
11
안녕하세요. 게임업계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나리오 기획자를 준비하면서 게임잡에서 여러 글을 읽었고, 저와 같은 꿈을 꾸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얻었습니다.

저와 같은 자리를 얻고, 같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을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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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학과의 동기들은 신춘문예에 사활을 걸거나, 현실에 타협하고 광고 쪽을 함께 공부하거나... 그런 식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게임을 너무나도 만들고 싶었고, 제 이야기가 게임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꿈꾸는 '지망생 1'에 불과했죠.

그러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학교에서 써놓은 습작을 정리해서 회사에 돌렸습니다. 게임잡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를 원하는 모든 공고에 다 뿌렸죠. 자기소개서는 그럭저럭 적었고, 저만큼 글을 써본 사람은 적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죠. 그 누구도 제 서류를 통과시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결정했던 것이 '게임학원'을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에서 기획을 배우면서 '유저로서 게임을 즐기는 것'과 '기획자로서 게임을 분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걸 배웠어요.

매일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신나게 말로 쥐어터지고, 집에 가면 밤새서 다시 완성하고, 또 쥐어터지고...

그렇게 학원 생활 내내 제 마음 속엔 멍만 들었습니다. '내가 사람이 맞긴 한가? 사실 원숭이였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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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반년을 보낸 뒤 제 위치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보다 문장을 잘 만들고, 글을 잘 쓴다는 건 특출난 재능이 아니었습니다. 저보다 글을 잘쓰고, 검증된 작가분들은 차고도 넘치는 세상이니까요.

제 특별함은 포폴을 만들며 PT를 반복한 것에서 나타났습니다.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려 노력한 시간, 아트와 프로그래머의 마음까지 설득할 수 있는 리뷰 능력을 조금씩 쌓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학원을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려면,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제반 지식을 갖추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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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나리오는 다른 장르의 문학 예술과 그 궤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컸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쓴 이야기를 게임에 펼쳐내는 것'을 시나리오 기획자로서의 목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기획자는 절대 '내가 쓴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건 단언할 수 있습니다.

원화를 맡은 분께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만 골라 그릴 수 없고, 클라를 맡은 분께서 입맛에 맞는 코드만 뽑아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팀이며, 팀이 향하는 목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이야기를 고집하는 사람은 그 어떤 직무의 사람과도 협업할 수 없습니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자신이 원하는 글보다, 이 게임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소설가는 자신의 글로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지만,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과감히 자신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어야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나리오 기획자 구직 공고에서 '게임은 팀이 함께 만들어낸 작업물임을 명확히 인지한 사람'을 원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좋겠어요.

게임 시나리오는 '내가 쓴 이야기'가 아니라 '팀이 함께 만들어낸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 때, 여러분은 꿈꾸던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서없고 서투른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제 뒤에 계속 나타나게 될 우수한 시나리오 기획자를 바라면서 끄적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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