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취준생의 게임업계 첫번째 면접까지의 과정
- 작성자
- NV_360367***
- 작성일
- 2025-02-23
- 조회수
- 7235
- 좋아요 수
- 6
밑의 글은 편하게 주절주절 쓴 글입니다.
자주하는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이 있다.
오픈 초창기 때부터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고, 현재도 꾸준히 즐기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내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게임의 시나리오였다.
워낙 재미있게 하다보니 그냥 즐기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 샌가 내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은 미천했다.
애초에 게임 업계와 관련있는 전공도 아니었고,
심지어 전공 삼았던 업계는 졸업 즈음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그야말로 개박살나는 바람에
경력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나마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쌓았던 외국어 능력으로
알음알음 번역을 했던게 경력이라면 유일한 경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게임 개발자 분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여러가지 의미있는 이야기가 나왔고, 팬의 입장에서 보던 와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있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랬다.
'시나리오 라이터 구함'
그 말에 이끌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는 어느 샌가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찾은 공고에서 지원자에게 원하는 포트폴리오는 하나였다.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시나리오 작성하기.
당연히 게임 업계와는 무관한 일을 해왔던 나한테 쌓인 포트폴리오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기에
당장 쓸 수 있는 게 글 밖에 없었던 나에게 이 조건은 그야말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 샌가 엑셀을 켜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남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쓰니 완성까지 걸린 것은 2달.
연말연시에다가 각종 행사가 있었기에 실질적으로는 6주 정도에 걸쳐 대략 2700행 정도를 작성했다.
스크립트 작성에는 학창 시절에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을 써 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야 애초에 같은 스크립트이기도 하니까, 작성 방법에 있어선 큰 차이는 없었던 거 같다.
포트폴리오 작성을 끝마치고 이력서를 쓸 차례가 되었다.
근데 이력서에 쓸 게 없네?
여태까지 내가 취업을 위해 쌓아왔던 스펙이란 건 전부 내 전공과 관련된 것 뿐인데?
근데 업계가 박살난 덕분에 경력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자소서에 쓴 건 무척 심플했다.
지방 4년제 학력
중위권 수준의 토익과 그래도 워홀 덕에 그럭저럭 괜찮은 JPT 어학
공익 다녀왔단 병역사항
이 3가지가 전부였다.
자기소개서로는 내가 서브컬쳐와 게임을 무척 좋아하며(성장과정)
지원하는 게임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지원동기 및 포부)
워드로 2장도 채 안되는 분량의 이력서.
무성의하게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인데.
경력이랍시고 하기도 힘든 번역을 비롯한 각종 알바 이력이나
언제 땄는 지도 기억 안 나는 컴활 2급, 운전면허증을 적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게임과 전혀 무관한 자격증이나 각종 교육 이수 경험을 작성하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작성을 끝내는 수 밖에.
그렇게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완성하고, 월요일 새벽에 지원하기를 클릭했다.
솔직히 말한다.
서류 심사 단계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근데 붙었다.
월요일 새벽에 지원한 것이 그 주 목요일 저녁에 연락이 왔다.
그 때의 감정은 지금 와선 잘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던 생각은 확실히 기억난다.
이게 되네.
그야 뭐, 이 나이 먹도록 경력 하나 없고, 이력서에 쓸 것도 없고, 각종 실패를 겪어 왔는데.
마음을 비우고 잘 되든 못 되든 연연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잖아.
그래도 꽤 들떴었던 건 확실하다.
연락을 받아 면접 날짜를 다음 주 월요일로 확정하고, 바로 서울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으니까.
부산에서 서울은 아주 멀다.
수서역으로 가는 SRT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자리가 비어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다.
KTX라고 별 다르지는 않지. 그래도 입석은 있더라.
그래서 그냥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면접 시간도 늦은 시간대였고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회사라서
당일 고속버스를 타더라도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인지 뭔지 주말에 일이 있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토요일은 3시간을 잤고, 일요일은 밤을 거의 샜다.
월요일이 면접인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면접을 미룰 수도 없지 않은가.
이 또한 내 책임인데.
원망할 거면 평소에 일을 새벽에 했던 날 탓해야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에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버스에서나마 피곤한 몸을 달래려고 승차장으로 갔다.
하지만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버스는 승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꼬이려면 이렇게 꼬일 수 있구나.
그래, 머피의 법칙.
그나마 버스 기사의 사정으로 인해 늦어진 것이라서 출발 시간으로부터 5분이 지나니 버스가 승차장에 나타났다.
살짝 늦긴 했지만, 도착 예정 시간이 면접 2시간 전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서울로 가는 4시간 가량의 시간,
반쯤은 잠들고, 반쯤은 깨어 있는 상태로, 중간에 화장실을 간 것 외에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예상되는 질문과 답할 내용을 정리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헤드폰으로 들은 노래는 기억이 나는데, 중간에 휴대폰이 울린 것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서울에 가까워질 수록 마음은 심란해졌다.
버스가 엄청나게 편했던 것도 있어서 그냥 그대로 누워서 자고 싶었다.
결국 서울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시간은 오후 2시 30분.
면접이 오후 4시고 고터역에서 목적지 역까지는 10분 정도니 버스를 타느라 먹지 못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곤증? 안 먹어도 식곤증 상태다.
그렇게 대충 점심을 때우고, 남는 시간은 회사 근처에서 커피나 마실까하고 전철을 탔다.
아, 근데 방향 잘못봐서 반대 방향으로 탐.
그리고 급행이 뭔데?!
결국 10분이면 갈 거리가 40분이 걸렸다.
중간에 인사 담당자분께서 연락이 와 언제 즈음 도착하냐고 물어보신 건 덤.
시간을 넉넉하게 잡은 덕에 그래도 10분 전엔 도착할 수 있었다.
담당자분의 안내를 받아 회사 안으로 들어가 대기,
마음같아서는 여기저기 보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 명상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 면접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면접관분들은 3명.
가벼운 인사를 하며 면접이 시작됐다.
첫번째로는 자기소개.
말했다시피 거의 비몽사몽인 상태였기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 안 나지만, 지원동기 내용을 읊었던 거 같다.
그 후, 성격의 장단점이나 경력이 비어 있는 이유, 유난히 긴 대학 재학 기간 같은 어디서나 물어봤던 걸 물어보셨다.
그 다음은 뭐, 내가 쓴 시나리오 작성 과정, 게임 세계관의 매력, 좋아하는 캐릭터, 서브컬쳐 게임 경력, 인생 게임 등을 물어보셨다
그래, 이것도 뭐라고 답했는 지는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리고 그 때는 뭔가 미사 여구나 열정같은 걸 보여줄 수 없는 정신 상태였다.
그냥 아무 가감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근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적어도 내 생각엔 무난한 답변을 했던 것과 별 다르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확실하게 망한 대답은 확실하게 기억나니까.
어떤 일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을 때,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는 내가 생각해도 진짜 아니다.
근데 그렇게 말했다.
제정신이 아니었거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궁금한 점 물어보기.
이것도 못 물어봤다.
대가리에는 이미 면접에 대한 것만 가득 차서 아무 것도 안 물어봤다.
스토리 떡밥하고, 예고한 컨텐츠하고, 회사 새 프로젝트하고 궁금한 거 많았는데!!
그리고 일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을 거라고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내 상태를 설명하면 좋은 답변이 됐을 거 같다.
그냥 상투적으로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그렇게 40분 정도 진행된 면접을 마쳤다.
이 정도면 그냥 면접은 망했다고 치면 되겠지.
그 증거로 아직도 연락이 안 오고 있으니까.
그래도 뭐, 처음 지원하고 처음 면접을 봤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해야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실패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음에는 이 실패를 기반으로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할 따름이다.
그러면 적어도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은 하지 않겠지.
처음 본 게임회사 면접에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더욱 잘 할 수 있겠지.
그 다음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서 다시 하는 거다.
자주하는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이 있다.
오픈 초창기 때부터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고, 현재도 꾸준히 즐기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내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게임의 시나리오였다.
워낙 재미있게 하다보니 그냥 즐기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 샌가 내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은 미천했다.
애초에 게임 업계와 관련있는 전공도 아니었고,
심지어 전공 삼았던 업계는 졸업 즈음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그야말로 개박살나는 바람에
경력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나마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쌓았던 외국어 능력으로
알음알음 번역을 했던게 경력이라면 유일한 경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게임 개발자 분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여러가지 의미있는 이야기가 나왔고, 팬의 입장에서 보던 와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있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랬다.
'시나리오 라이터 구함'
그 말에 이끌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는 어느 샌가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찾은 공고에서 지원자에게 원하는 포트폴리오는 하나였다.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시나리오 작성하기.
당연히 게임 업계와는 무관한 일을 해왔던 나한테 쌓인 포트폴리오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기에
당장 쓸 수 있는 게 글 밖에 없었던 나에게 이 조건은 그야말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 샌가 엑셀을 켜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남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쓰니 완성까지 걸린 것은 2달.
연말연시에다가 각종 행사가 있었기에 실질적으로는 6주 정도에 걸쳐 대략 2700행 정도를 작성했다.
스크립트 작성에는 학창 시절에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을 써 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야 애초에 같은 스크립트이기도 하니까, 작성 방법에 있어선 큰 차이는 없었던 거 같다.
포트폴리오 작성을 끝마치고 이력서를 쓸 차례가 되었다.
근데 이력서에 쓸 게 없네?
여태까지 내가 취업을 위해 쌓아왔던 스펙이란 건 전부 내 전공과 관련된 것 뿐인데?
근데 업계가 박살난 덕분에 경력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자소서에 쓴 건 무척 심플했다.
지방 4년제 학력
중위권 수준의 토익과 그래도 워홀 덕에 그럭저럭 괜찮은 JPT 어학
공익 다녀왔단 병역사항
이 3가지가 전부였다.
자기소개서로는 내가 서브컬쳐와 게임을 무척 좋아하며(성장과정)
지원하는 게임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지원동기 및 포부)
워드로 2장도 채 안되는 분량의 이력서.
무성의하게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인데.
경력이랍시고 하기도 힘든 번역을 비롯한 각종 알바 이력이나
언제 땄는 지도 기억 안 나는 컴활 2급, 운전면허증을 적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게임과 전혀 무관한 자격증이나 각종 교육 이수 경험을 작성하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작성을 끝내는 수 밖에.
그렇게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완성하고, 월요일 새벽에 지원하기를 클릭했다.
솔직히 말한다.
서류 심사 단계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근데 붙었다.
월요일 새벽에 지원한 것이 그 주 목요일 저녁에 연락이 왔다.
그 때의 감정은 지금 와선 잘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던 생각은 확실히 기억난다.
이게 되네.
그야 뭐, 이 나이 먹도록 경력 하나 없고, 이력서에 쓸 것도 없고, 각종 실패를 겪어 왔는데.
마음을 비우고 잘 되든 못 되든 연연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잖아.
그래도 꽤 들떴었던 건 확실하다.
연락을 받아 면접 날짜를 다음 주 월요일로 확정하고, 바로 서울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으니까.
부산에서 서울은 아주 멀다.
수서역으로 가는 SRT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자리가 비어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다.
KTX라고 별 다르지는 않지. 그래도 입석은 있더라.
그래서 그냥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면접 시간도 늦은 시간대였고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회사라서
당일 고속버스를 타더라도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인지 뭔지 주말에 일이 있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토요일은 3시간을 잤고, 일요일은 밤을 거의 샜다.
월요일이 면접인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면접을 미룰 수도 없지 않은가.
이 또한 내 책임인데.
원망할 거면 평소에 일을 새벽에 했던 날 탓해야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에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버스에서나마 피곤한 몸을 달래려고 승차장으로 갔다.
하지만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버스는 승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꼬이려면 이렇게 꼬일 수 있구나.
그래, 머피의 법칙.
그나마 버스 기사의 사정으로 인해 늦어진 것이라서 출발 시간으로부터 5분이 지나니 버스가 승차장에 나타났다.
살짝 늦긴 했지만, 도착 예정 시간이 면접 2시간 전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서울로 가는 4시간 가량의 시간,
반쯤은 잠들고, 반쯤은 깨어 있는 상태로, 중간에 화장실을 간 것 외에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예상되는 질문과 답할 내용을 정리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헤드폰으로 들은 노래는 기억이 나는데, 중간에 휴대폰이 울린 것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서울에 가까워질 수록 마음은 심란해졌다.
버스가 엄청나게 편했던 것도 있어서 그냥 그대로 누워서 자고 싶었다.
결국 서울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시간은 오후 2시 30분.
면접이 오후 4시고 고터역에서 목적지 역까지는 10분 정도니 버스를 타느라 먹지 못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곤증? 안 먹어도 식곤증 상태다.
그렇게 대충 점심을 때우고, 남는 시간은 회사 근처에서 커피나 마실까하고 전철을 탔다.
아, 근데 방향 잘못봐서 반대 방향으로 탐.
그리고 급행이 뭔데?!
결국 10분이면 갈 거리가 40분이 걸렸다.
중간에 인사 담당자분께서 연락이 와 언제 즈음 도착하냐고 물어보신 건 덤.
시간을 넉넉하게 잡은 덕에 그래도 10분 전엔 도착할 수 있었다.
담당자분의 안내를 받아 회사 안으로 들어가 대기,
마음같아서는 여기저기 보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 명상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 면접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면접관분들은 3명.
가벼운 인사를 하며 면접이 시작됐다.
첫번째로는 자기소개.
말했다시피 거의 비몽사몽인 상태였기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 안 나지만, 지원동기 내용을 읊었던 거 같다.
그 후, 성격의 장단점이나 경력이 비어 있는 이유, 유난히 긴 대학 재학 기간 같은 어디서나 물어봤던 걸 물어보셨다.
그 다음은 뭐, 내가 쓴 시나리오 작성 과정, 게임 세계관의 매력, 좋아하는 캐릭터, 서브컬쳐 게임 경력, 인생 게임 등을 물어보셨다
그래, 이것도 뭐라고 답했는 지는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리고 그 때는 뭔가 미사 여구나 열정같은 걸 보여줄 수 없는 정신 상태였다.
그냥 아무 가감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근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적어도 내 생각엔 무난한 답변을 했던 것과 별 다르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확실하게 망한 대답은 확실하게 기억나니까.
어떤 일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을 때,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는 내가 생각해도 진짜 아니다.
근데 그렇게 말했다.
제정신이 아니었거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궁금한 점 물어보기.
이것도 못 물어봤다.
대가리에는 이미 면접에 대한 것만 가득 차서 아무 것도 안 물어봤다.
스토리 떡밥하고, 예고한 컨텐츠하고, 회사 새 프로젝트하고 궁금한 거 많았는데!!
그리고 일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을 거라고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내 상태를 설명하면 좋은 답변이 됐을 거 같다.
그냥 상투적으로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그렇게 40분 정도 진행된 면접을 마쳤다.
이 정도면 그냥 면접은 망했다고 치면 되겠지.
그 증거로 아직도 연락이 안 오고 있으니까.
그래도 뭐, 처음 지원하고 처음 면접을 봤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해야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실패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음에는 이 실패를 기반으로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할 따름이다.
그러면 적어도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은 하지 않겠지.
처음 본 게임회사 면접에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더욱 잘 할 수 있겠지.
그 다음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서 다시 하는 거다.